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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 스스로 인터뷰

역할
확장
유형
글쓰기
연도
2020
프로젝트 소개
내가 해온 일, 하는 일에 대해 셀프 인터뷰 형식으로 글쓰기
고객사/파트너사
Self Project
소속/직위
프리랜서
강점
종합적 사고
정리와 체계화
공간감
작업물
파트 메인
스펙트럼 대표작
디자인 스펙트럼 대표작
기획 의도
'내 일 스스로 인터뷰'는 2020년 11월부터 3주간 '빌라선샤인 시즌6'의 뉴먼 분들과 상호지지 속에서 기획한 인터뷰입니다.
블로그에서 보기
[프롤로그]
[1] 위드 코로나 한 중간에서 무소속으로 살기
[2] 공간 디자이너, 그리고 다능인
[에필로그]
프롤로그
알고 지내는 동안 늘 바빴던 사람이 있다. 나름 그 속에서 여유로웠던 때도 있다고는 하는데, 밖에서 봤을 땐 항상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던 '공간여행가' 님이다. 미친듯이 바빴던 삶에서 벗어나 여유있지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관된 모습의 솔직한 그녀가 그 중에서도 가장 솔직하고 편안해 질 수 있는 공간인 자신의 방 책상 앞에서 그녀를 만났다.
자신의 공간은 늘 책상으로 표현됐다는 '공간여행가'님은 대학 학부 때부터 해서 언 10년 가량 '공간'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공간'이라는 맥락을 놓지 못하겠다는 그녀는 '공간여행가'라는 필명으로 '웹 공간'에서의 활동도 최근에 시작했다.
무소속인데도 소속일 때처럼 바쁘다는 그녀는 요즘 '일'과 '삶'에 대한 고민과 정리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속에 쌓인 얘기가 너무 많다는 '공간여행가' 님의 이야기를 끌어낼 질문들은 간략히 던지고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다.
1. 무슨 일을 하는 누구인가요?
6년차 공간 디자이너 '공간여행가'입니다. 디자인, 기획, 연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에 관한 일을 해왔어요. 지금은 공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2.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요?
사실 빌라선샤인에서 지난 시즌부터 관심있게 보기는 했어요. ‘내 일’에 대해 스스로 인터뷰한다니, 기획 자체가 재밌잖아요!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고요. 그동안 경험만 해왔어서인지 제 일에 대해 설명할 일이 거의 없었어서, 마침 그동안의 경험에 대해 정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도 했고요.
3. 그래서 다른 사람들 한 번 할 때, 두 번 하려 한건가요?
그러게요. (머쓱한 웃음) 6년동안 경험한 건 많은데 정리한 적은 없고, 하고 싶은 말은 많으니 처음부터 두 편으로 하자고 할까 고민했었어요. 욕심인 것 같아 하나로 합쳐보려고 했는데, 안되겠더라고요. 마침 무소속 기간이니 다른 때보다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4. 그럼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에 각각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첫 번째는 ‘위드 코로나 한 중간에서 무소속으로 살기’에 대한 내용이에요. 저의 변화를 함께했고, 앞으로의 행보를 궁금해 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조직 안에서의 일만을 생각하다가 ‘조직 밖 스스로 일 만들기’에 대해 생각하고 시도해보기 시작했어요. 조직 밖 활동들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에요.
두 번째는 그동안의 경험들과 저의 강점에 관한 ‘공간 디자이너’로서 일해온 '공간여행가'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저와 일하고 싶다거나 제게 일을 맡기고 싶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구요. 다능인으로서의 모습을 어필하고 싶은 목적이 있습니다.
[1편] 위드 코로나 한 중간에서 무소속으로 살기
1. 지금의 무소속이 처음이에요?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두 번째 무소속 기간인데, 처음 생각보다 무척 잘 지내고 있어요. 여유 있지만 바쁘게도요. 스스로 만든 일들로 놀랍게도 매일의 스케줄이 있답니다. 이런 생활이 제 스스로도 놀라워요. ‘조직 밖에서 스스로 일을 만든다’는 개념이 그전에는 없었거든요. 항상 무언가 ‘조직 안에서’ 해왔었어요.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무소속일 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봤고, 지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스스로 만든 일을 하고 있어요.
2. 크게 세 가지는 어떤 것들인가요?
그동안 경험해온 일과 삶을 정리해보려는 ‘기록가’, ‘커리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들, 그리고 ‘엄마 브랜딩’이에요.
3. 현재 공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세 가지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앞의 세 가지는 제가 생각하는 ‘공간의 가치’를 언어화하고, 이를 나눌 수 있는 행위로서의 방법들을 찾기 위해 시도해보는 것들이에요.
‘기록가’의 모습으로 일과 일상에 걸쳐 소재랑 목차만 써둔 것들을 구체적인 글로 쓰기 시작했어요. 흘러가는 제 생각과 말을 붙잡아 스스로 계속 리마인딩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이 공감해 동참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쓰고 싶어진 것 같아요. 원래는 글을 한 번에 잘 쓰고 싶다는 욕심으로 글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었는데, 고칠 생각으로 일단 쓰기 시작하니 써지더라고요. 어떠한 형태든 퍼블리싱 하고 싶기도 해서, 우선은 브런치 작가를 목표로 블로그에 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커리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들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과 커리어의 연장선 상에 있는 셀프 메이킹 프로젝트들이에요. 공간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작게라도 직접 시작해봄으로써 점점 구체화시켜나가기 위한 것으로, 같이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있어요.
‘실내’로 생각하고 있던 ‘공간’의 범위와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저에게도 ‘엄마 브랜딩’을 위한 ‘웹 공간’으로의 확장, ‘웹 공간’을 통한 확장은 새로운 경험과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항상 제가 일이 많았어서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진행 중이에요.
4. 그 세 가지를 나란히 둘 수가 있나요? 어쩌면 기록자의 일은 과거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 커리어 관련 프로젝트는 현재 내가 만들어가는 것, 엄마 브랜딩은 가까운 미래에 내가 뻗어나갈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서로 간의 연결성을 더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받으신 느낌처럼 과거, 현재, 미래의 느낌인데, 사실 조금씩 넘나들거나 조금씩 걸쳐있어요. 커리어는 현재의 일이긴 하지만, 과거를 정리해서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게 또 기록가의 일이기도 해서 기록가+커리어 관련의 일들도 있답니다. 엄마 브랜딩의 일도 미래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지만, 그것을 위한 지금의 노력을 현재의 제 일이라고 인지하고 해나가는 중이라 어떻게 보면 미래의 커리어 관련 프로젝트에도 들어가요. 일의 비율을 위해 세 가지로 구분했지만, 사실 이 세 가지는 서로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거죠.
5. 구상 중인 ‘커리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궁금해지네요. 어떤 것들인지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공간 상담소’라는 이름으로 공간에 대한 대화나 조언이 필요한 뉴먼 분들을 만나기도 했고, ‘자기만의 공간’을 계획하는 실습을 해보는 워크숍 형태의 클럽과 나의 공간 취향을 찾기 위한 셀프 인터뷰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에요. 그 이상은 실행 단계에서 널리 알릴 터이니 동참해 주세요. (웃음)
6. 널리 알리면 동참할 분들이 많으실 거라 믿어요. 그전의 무소속도 이렇게 바쁘고 구체적이었나요?
첫 번째 무소속 기간도 바쁘긴 했지만, 구체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회사와 이별했던 때에 석사 논문을 쓰고 있었거든요. 논문을 쓰고 나서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한 달간 프리랜서로 풀타임 일을 하고, 바로 40일간 유럽여행을 갔었어요. 계획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아요. 그러고 돌아와서는 다시 ‘조직 안’과 일에 관해서 생각했죠.
7. 두 번의 무소속,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회사의 상황들도 변화하던 때였고, 저에게도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첫 번째에는 회사 상황이 급변하면서 향후 방향을 새롭게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하던 시기셨고, 저도 그 해에는 석사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어야 해서 상황을 금방 받아들였어요. (프로젝트 성수기가 되면 일 외에 꾸준히 해야 하는 다른 것은 하기가 힘들거든요.) 두 번째에는 서로 얘기했던 기간이 다 되기도 했었고, 함께 일하는 기간 동안 각자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지향하는 바를 보다 명확히 하고 싶었고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어요.
8. 무소속의 시간들이 두렵지는 않았나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을 땐 무소속의 시간들이 두려웠어요. 대학생 때부터 수입성 일과 학업을 병행했었기 때문에, 나에게 예상 수입이 없다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 무서웠었어요. 얼마를 버는지와는 상관없이요. 생각해 보면 4학년 때는 졸업 작품에 집중한다고 일을 안 했었는데, 그 시간에 나에게 얼마가 필요할지 미리 계산해보고, 학자금 대출과 어느 정도의 생활비 자금을 확보해 놓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소속이 없다면 나태해질 것 같고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느낄까 봐 우려가 컸었죠. 휴학했었을 때의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그때도 학원 강사로 생활비와 추후 자금은 벌고 공모전도 했었지만, 휴학하기 전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도전해보지 않았거든요. 나중에서야 조금은 아깝게 그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랬었는데 지금은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어요. 우선 무소속이 되기 전에 빌라선샤인을 통해 동시대의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직접 접하고, 뉴먼소셜클럽으로 스스로의 장치를 해둔 덕분이에요. 루틴을 만들어서 지키려 하고, 제 감정과 상태를 그 어느 때보다도 들여다보려 하고, 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이전보다 능숙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으니, 지금은 재밌고 즐거워요. 그리고 결과를 조금 열어두니,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고요. 두려울 새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또 하나, 제가 잊고 있던 걸 깨달았는데, 제가 일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어딜 가나 일복이 없었던 적이 없었더라고요.
9.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은 어떻게 깨달았나요?
번아웃과 빌라선샤인에서 받은 ‘일’에 관한 질문들 덕분이었어요. 작년 말쯤부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번아웃이 왔었어요. 발목을 몇 번 다쳤고, 일할 때의 습관 때문에 살이 많이 찌고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먼저 몸을 추슬렀죠. 조금 회복되고 나서는 주변 환경보다 ‘나’에 집중해서 생각해 보았고요. 어느 순간 ‘회사’를 ‘나’보다 먼저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사실 일상에서는 그러한 생각의 전환이 힘들어서, 휴가 기간 때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호텔방에 박혀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책도 읽고, 지인들과 대화를 했었죠.
그리고 빌라선샤인에서 서로가 서로의 레퍼런스가 되는 경험을 해보며, 그 상호작용 속에서 깨달은 것들도 있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다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랑 맞지 않는 방향으로 너무 열심히 했더니 번아웃이 왔었던 것 같아요.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괴로웠기 때문에 깨닫긴 했지만요.
10. 앞으로, 그러니까 지금의 무소속 기간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처럼 느껴지네요. 그걸 구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요즘 다양한 질문들을 쪼개서 생각하고, 글로 써보려 하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아직까지의 결론은 ‘공간의 가치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나누는 디자이너’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공간 분야의 다능인이라고 할까요. 기획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글도 쓰고, 인터뷰도 하고 싶고, 관련 교육도 관심이 있고요, 커뮤니티 리딩이나 네트워킹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내년의 모습을 ‘나와 지향점이 맞는 곳, 또는 성장할 수 있는 곳에 소속된 모습’으로 희미하게는 그려뒀지만, 오픈된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이제는 미래의 제 모습을 어디에 가두고 싶지 않아요. 기업이나 공기관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고,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사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요. 소속되어서 일을 하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겠죠. 일의 범위도, 공간의 범위도 내부에만 가두지 않고 ‘외부로 웹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2편] 공간 디자이너, 그리고 다능인
1. 항상 일이 많았다고 했었는데, 어떤 일들을 했었나요?
공간 설계,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획, 제안, S.I(Space Identity) 매뉴얼, 꼼뻬(공모 참가), 디자인 감리 프로세스도 경험해봤어요. 처음에 4년 반 정도 있었던 회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했었거든요. 그리고 그때 기회가 돼서 대학원 석사도 했었고요. 대학원에서도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 있었던 회사에서는 주로 상업 공간 설계와 디자인을 했구요.
2. 다양한 프로젝트들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3년 차 때, '경상북도청 민원실 개선' 프로젝트로 첫 PM(프로젝트 매니저)을 맡게 됐는데, 그때 계단식 성장을 했었죠. 바로 이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에 비해서 맡은 역할의 비중이 한순간에 엄청 커진 것이었거든요. 디렉터이신 교수님, 대표님과 방향을 직접 의논해가며 진행했어서 두 분께도 많이 배웠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해서 주변에 질문을 많이 하면서 혼자서도 공부를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이 성장할 동료도 있었고, 붙잡고 질문할 선배들이 계셔서 가능했었어요. 아마 그때 제 팀원들은 괴로웠을 거예요. 첫 PM을 했던 거라 프로젝트 조율이 미숙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도면 수정을 많이 시켰었거든요. 그래도 하면서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나중엔 잡지에도 소개되고 디자인상까지 받은 프로젝트여서 가장 기억에 남네요.
3.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하신 걸로 알아요. 하나의 프로젝트만으로는 해오신 일을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더 소개하시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더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매뉴얼 프로젝트들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요즘 추세가 매뉴얼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지만, 제가 일을 많이 배웠고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공간 및 서류 작업과 관련된 ‘정리 및 체계화’ 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고, ‘공간감’도 키울 수 있었던 프로젝트들이에요.
'LH 주거복지센터' 매뉴얼이 PM으로 참여한 두 번째 프로젝트였는데, 그때도 많이 배웠어요. 공간 매뉴얼 프로젝트들은 샘플 매장을 디자인해서 다른 곳들에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기준과 요소를 책으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해본 적이 없는데 일단 맡아서 하게 된 거죠. 회사에서 이전에 작업했었던 자료들을 보면서 공부하고, 대표님과 논의해가며 진행했었네요. 지금 보면 아쉬움이 남는 프로젝트지만, 제가 또 한 번 많이 성장하게 된 프로젝트였어요.
그때의 성장으로 이후에 'SK magic' 말레이시아와 국내 공간 매뉴얼 4종도 주도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고, 대홍기획에서 총괄 기획한 ‘세라젬 체험매장’ 직영점 매뉴얼 작업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신사점, 목동점, 잠실점)
4. 대학원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은 무엇이었나요?
런던, 파리, 도쿄의 해외 전시에 참가했었고, 밀라노와 벨기에 전시에는 제가 가진 못하고 작품만 보냈었죠. 'Waste As Source'란 주제로 폐자전거 부품으로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환경에 대한 컨셉을 담은 디자인 소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작가들의 연습 캔버스를 리사이클링 해서 가방을 만드는 ‘얼킨 ul:kin’이란 브랜드에 협업 제안을 해서 조명을 만들기도 했고요. 자전거 부품 프로젝트로는 팀 전체가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든 것뿐 아니라, 해외 전시에 가서 세계의 여러 디자인 제품들과 그 현장을 직접 본 것, 참가하기 위한 전시 계획서나 예산 계획서, 보고서 등을 작성해 본 종합적인 경험이에요. 저를 다방면으로 성장시켜 준 프로젝트들이라 소중한 경험입니다.
석사 졸업 논문도 엄청 열심히 썼었고, 졸업할 땐 교내 우수 논문상도 받았었어요. 지금도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국내의 농협창고를 재생해서 카페나 문화공간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들을 다이어그램으로 공간과 관련된 특성을 분석했어요. 제일 남쪽으로는 남해, 제일 북쪽으로는 연천까지 지방을 두 차례나 돌며 완성한 논문이에요. 8곳의 사례를 다이어그램을 다 만드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주제이고, 우리나라의 재생 건축에서 다뤄져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서 나름 즐겁게 썼었답니다. 다 쓰고 나니 스스로도 뿌듯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대학원 조교로 학과 업무를 하기도 했고, 학과의 국가 지원 연구 사업단에서 진행한 행사를 돕기도 했었고, 학부 설계 수업에 ‘제안서 작성’ 관련해서 특강도 했었어요. 연구실에서 공간 방향성을 제안하는 자료를 작성하기도 했고요.
5. 첫 회사에서의 이야기가 많은데, 두 번째 회사는 어땠었나요? 두 곳의 차이라던가 새롭게 배운 점이 있나요?
첫 회사에서는 일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압축적으로 할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는 한두 개의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었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기업의 상업공간 프로젝트와 S.I(Space Identity) 매뉴얼 프로젝트들을 더 경험해볼 수 있었고요.
첫 회사를 다닐 때 대학원을 병행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는 것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한 조직 내에서 제가 여러 일에 참여하진 않았었어요. 두 번째 회사에서 각기 다른 스케줄이 동시다발적으로 돌아가는 여러 일에 참여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스케줄을 보는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그 상황들이 한눈에 보이게 시각화함으로써 다양한 변수에 유동적으로 대응해보려 했었어요.
6. 소속된 조직에서의 경험 외에 밖에서 경험해본 것도 있을까요?
쥬얼리샵 겸 공예공방을 하시는 엄마 쇼룸을 설계부터 시공까지 해보고, 운영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또 다른 다양한 것들을 경험 중이에요. 공간을 만든 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공간을 만들 때 어떤 부분에 대한 생각이 더 필요한지, 공간 외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요. 현실적인 요인들도 보다 직접적으로 생각해 보고 고려해볼 수 있는 경험이에요.
7. 6년간 많은 것을 경험하셨는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었나요?
학부 전공이 ‘실내건축디자인 학과’였어요. 4학년 때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동기들에 비해 교외활동을 쌓은 게 없는 거예요. 그때 졸업 작품 총괄 지도 교수님께서 컨셉 디렉터로 활동 중이신 'jay is working.’이란 회사에서 직원을 뽑으신다는 얘기를 듣고, 인턴이라도 해보려고 지원했었어요. 새로 뽑을 직원들이 배웠으면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셔서 그 과정을 수료하는 조건으로 입사하게 되었죠. 그분이 첫 설계 수업 때 ‘잘한다’고 인정해 주셨던 교수님이시자, 석사 지도 교수님이셔요. 스스로도 잘 몰랐던 능력을 인정해 주신 분이 계셨고, 학부 생활 동안 매력을 느낀 설계를 해봐야 내 길인지 아닌지 알 것 같아 우선 시작해본 거죠.
8. ‘우선 시작해봤다’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커리어가 이어져올 수 있었던 이유와 관련이 있을까요?
일단 기회가 왔을 때 해보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의 강점을 알기도 했고, 약점을 알기도 했고, 긍정적 경험들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한 기억이 다음의 일들로 이어지거나, 유사한 기회가 또 보이면 계속 잡으려 했었구요.
학부 첫 설계 수업 때의 경험이 4학년 때의 경험으로, 그 경험들이 첫 회사로, 첫 회사에서의 인연이 두 번째 회사로 이어졌어요. 두 번째 회사는 첫 번째 회사에서 함께 일해본 팀장님의 제안으로 일하게 된 것이었거든요.
앞에서 말한 매뉴얼 프로젝트도 그랬고. 해외 경험들도 그랬어요. 첫 해외 전시 출장이 이후의 해외 전시 참가로 이어졌고, 그 경험으로 무소속 기간 때 혼자서 40일의 유럽여행을 해봤고, 그러한 경험들 덕분에 말레이시아에서 3주간 있으면서 디자인 감리와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들을 서포트하기도 했었어요.
9. 다양한 경험들로 발견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종합적 사고'가 중요한 강점인 것 같아요. 공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다양한 관계자들의 요구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스케줄을 조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죠.
또, 종합적 사고를 '정리'해서 공간을 그릴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도면, 매뉴얼 북,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등으로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해요. 일과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계획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변수를 생각해서 반영하는 것을 즐겨요. '템플릿'이나 '폼'으로 알아보기 쉽고 변형 가능하게 만들고요. 그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을 보면 뿌듯해요. 물론 한계치를 넘어가면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돌발 상황에 맞게 빨리 계획을 변경하려 해요. 그래서 큰 방향은 가져가되, 매일 매주 계획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고, 그때마다 새로운 사항들을 추가해서 짜려고 합니다.
공간에 대한 감각인 '공간감'도 있어요. 단순히 미적인 감각이 아닌 수치에 대한 감각과 복합적 결과물에 대한 감각이에요. 처음에 그 감을 잡기 위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서서히 감을 잡아왔어요.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디자이너에게 크리에이티브만 필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하다.’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고정관념이 아니었나 싶어요. 디자이너에게도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고, 디자이너마다 강점이 다르잖아요. 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과 프로젝트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찾고 싶어요. 만약 참여하고 싶은데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프로젝트라면 그러한 강점을 가진 디자이너와 함께 제 강점을 더해서 함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일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구요. 다양성과 새로움, 긍정적 경험들을 생각하고 나누고 싶어요.
에필로그
1. 현재를 이야기 하는 1편 덕분에 과거 이야기인 2편이 더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현재의 이야기를 먼저 해주신 이유가 있었나요?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느낌보다 현재 ‘공백기’처럼 보이는 시간도 내가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시간이란 걸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모습이 과거의 경험들 덕분이라는 흐름으로 보여주고 싶었고요.
2. 속에 쌓인 얘기가 많다고 하셨었는데, 인터뷰를 해보니 어땠나요? 좀 후련해지셨나요?
네, 이제 좀 속이 시원하긴 하네요. 그런데 사실 인터뷰하면서 찡했었어요. (하마터면 울 뻔 했네요.) ‘나 엄청 열심히 살았구나. 경험한 것도, 가진 것도 많았구나. 아… 이걸로 상도 받았었는데, 왜 더 뿌듯하게 기억하지 못했지. 교수님이랑 팀장님이랑 찍은 사진이 잡지에도 실렸었는데.’ 이런 것들을 느꼈어요. 초년생 시절을 고난을 함께했던 크리에이티브한 옛 동료가 생각나서 아까 중간에 연락도 했네요.
3. 이렇게 돌아보신 것이 처음이었나요? 이번 인터뷰로 많은 걸 느끼셨네요.
그동안 따로따로 생각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인터뷰로 일해온 모습을 통째로 돌아볼 수 있었어요. 프로젝트 리스트와 사진, 잡지, 받았던 상과 일하면서 남겼던 캘린더 등 과거의 기록들을 같이 들춰보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부분도 있었어요. 그냥 일단 해본게 많았더라고요. 그동안 겁이 많다고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기회라고 생각되면 일단 해봤어요. 해보면서 배우고 기억하고, 긍정적 경험이면 또 다른 일로 이어졌거나 유사한 기회를 잡으려 했었어요. 그러면서 성장해온 것 같아요. 이런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4. 저도 이런 시간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아쉬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2편으로 끝났으면 아쉬웠을 것 같은데, (웃음) 에필로그가 있어서 이번 인터뷰에서는 없어요. 과거의 저에게 아쉬웠던 부분은 있었네요. 제 일을 잘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찾다보니까 사진이 부족하더라고요. 결과물 사진이랑 제가 일하던 모습이요. 앞으로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해온대로 일단 해보면 되겠다. 겁먹을 거 없다.’라는 앞으로의 방향을 확실히 알게 된 시간이라 괜찮았어요.
5. 아쉬웠던 부분보다 좋았던 부분이 크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다음 번에도 부탁드리면 또 참여해주실거죠?
그럼요. 다음 번에도 또 하고 싶은 걸요. 그리고 아마 그 전에 제가 다른 인터뷰를 추진할 것 같아요. 이번에 인터뷰의 매력을 알아버렸거든요.